키보드를 내려치는 이야기


 보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짙은 푸른빛이 하늘에 깔려 있었다. 땅에 달라붙은 인간에게 하늘은 너무도 높다. 그 높다는 감각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손을 뻗으면 건드릴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손을 뻗어도 닫지 않는 하늘이란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연록은 환기 팬들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블루핑 서플라이*의 옥상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낙하감을 내포한 음악과 마약의 일종인 TDP가 들어간 모노스크라이브를 피우며 얻은 신감각이 그의 마음을 하늘에 못박히게 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슬픔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 매정하리만치 푸른 하늘을 보며 그는 애잔한 향수를 느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옛이야기가 하늘에 취해 푸르게 물들어가는 뇌 속에서 본모습을 갖춘다. 평범한 나뭇꾼에게 날개옷을 빼앗긴 선녀는 다시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 나무꾼의 아이를 셋이나 낳아줘야 했다. 그녀가 과연 나뭇꾼을 사랑했을지는 별개로 치고 남겨진 자식들과의 유대조차 져버리고 향한 하늘의 의미는 그녀에게 어떤 것일까. 연록은 하늘에서 태어났으나 날개가 상해 지상으로 추락한 천사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자조 섞인 웃음을 흩뿌렸다. 넓은 창공이 그의 웃음조차 가져가버린 것인지 웃음은 목에서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 그는 처연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회색 일색인 서플라이의 옥상에 쓰러졌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연록이 눈을 뜬 것은 주머니 속의 미크로본*이 일으키는 진동 때문이었다. 벌써 날은 저물어 싸늘한 한기가 그의 전신을 에워싸고 있었다. 연록은 머리를 붕붕 흔들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미크로본의 액정을 확인했다. 액정에는 누군가의 이름인 것처럼 느껴지는 세 글자가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연록은 그게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아 연락을 받을 수가 없었다. 조금 뒤면 연록의 뇌가 살아온 시간을 스캔하여 주마등이란 시스템을 이용하여 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줄 터였다. 삶의 테이프를 빠르게 돌려서 현재에 이른 감각, 이 순간만큼은 그는 태어나서부터의 모든 기억을 어제 일처럼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TDP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는 하루하루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으로 덧칠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낸 활력과 약간은 지친 마음가짐으로 그는 미크로본의 측면 버튼을 눌렀다.
 "응. 아화. 무슨 일이야?"
 통화를 시도한 것은 그의 친동생이었다. 주변에선 다들 아화란 애칭으로 부르지만 본래 이름은 아화인, 아주 좋은 뜻이 담긴 이름이다. 총 인원이 다섯 뿐인 아(娥)씨 집안의 막내인 아화는 형에게 매우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형...... 또 약 한거 다 알고 있어. 거짓말 할 생각 마."
 들켰다는 생각에 헛웃음보다는 차가운 말씨가 반사적으로 연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의 친동생은 그의 모든 비밀을 추리해낸 것 같았다. 언제나 형을 생각하는 마음에 따뜻한 말씨를 구사하던 동생이 이런 차가운 어조로 나오자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연록은 서플라이 옥상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도중 코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TDP? 시험차원에서 한 번 흠입해 본 거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이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스무살에 치매에 걸리면 참 볼만 하겠군. 적어도 동생 수발들게 할 짓은 그만두는 게 좋아.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
 동생이 하는 말은 언제나 그랬듯이 신랄했지만 이번엔 그 안에 분명한 악의가 담겨 있었다. 사랑스러운 동생, 아화는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약에 취했다가 조금 전 정상으로 돌아온 연록의 뇌는 아직 상대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어려운 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뭐, 얼마나 참았다고. 게다가 너도 알잖아. 난 같은 종류는 절대 두 번 이상 흠입 안 하는 거."
 동생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연록은 애써 밝은 말투를 연기했다. 사실 그의 기분은 상당히 안 좋았지만 동생에겐 어째서인지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잘못한 일로 강하게 나갈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화학식으로 만들어진 악마가 얇은 귀를 통해 속삭이고 있었다. 연록에게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대신에 지키고 있는 선이란 것이 있었다. 물론 도덕적인 면보다는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적어도 같은 마약을 두 번 이상 흠입하진 않았다.
 "그렇게 형은 한 달 동안 마약에 취해 보낸 시간이 240시간에 달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연록은 가슴 한 구석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 달에 십 일 가량을 마약에 취해 보낸 셈이었다. 물론 마약의 종류는 많고, 모든 것을 다 흠입해 볼 수는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위험하단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불과 한 달 전, 정상이던 시절의 자신이 원래 모습을 되찾으라고 속삭였다.
 "알지. 하지만 이건 간단한 테스트라고. 가리가 추천해 준 코스대로 해 보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악마는 그의 귀를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유치한 책임전가가 연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연록은 말을 끝맺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몹시 화가 난 동생에게 이런 반응을 보여줘선 안 되는 거였다. 그는 자신을 수렁 속에 밀어넣는 자신의 팔을 느끼며 깊은 좌절을 맛봤다.
 "나 지금 가리 형이랑 같이 있어. 피떡을 만들어 놓으니까 말을 듣던데? 형도 조심하는 게 좋아. 아니, 지금 끝을 보자."

by Eibon | 2008/12/28 00:16 | 트랙백 | 덧글(1)

키보드를 내려치는 이야기


 연록은 여느 때와 같이 늦은 밤, 재떨이를 벗삼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해야 할 작업이 상당히 밀려 있었기 때문에 키보드 위를 오가는 손은 바빴다. 입에 물린 담배는 대조적으로 천천히 타들어 갔지만 그래봐야 몇 초 정도 수명을 연장할 뿐이다. 시침과 분침이 교차하는 횟수가 길어지자 굳게 닫힌 창문 틈새로는 한 마리 뱀처럼 냉기가 기어 들어오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식어 갔다. 방세가 좀 많이 밀리긴 했지만 이런 강경책을 쉽사리 쓸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연록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오늘은 겉옷와 담배, 여자친구를 꼭 끼고 긴긴 밤을 지새워야 할 것 같았다.
 "파랑이. 자?"
 그와 그녀는 동거하고 있다. 연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리없는 의자에서 일어서 허리를 쭉 펴며 물었다.
 "아니."
 파랑의 대답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간결했다. 원룸 안은 아직 형광등을 켜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오는 빛이라곤 모니터 백라이트와 각종 가전제품들의 작동표시용 불빛 뿐이었다. 공허한 색깔의 발광체가 비겁하게 어둠 속에서 고개만을 내밀었기 때문에 파랑은 연록의 질문에 대답하며 어떤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연록이 일어나서 불을 켜자 눈녹듯 사라졌다. 파랑은 그녀의 가슴 속에서 어떤 사랑이 부활하듯 점화된 것을 느꼈다. 연록은 창백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파랑을 보며 상큼하게 미소지었다.
 "너는 일 다 끝났어? 계속 누워만 있으려니 힘들어."
 파랑은 귀찮아서 이불 깔고 누워만 있었던 주제에 힘들었다는 둥 헛소리를 해댔다. 그녀가 다 마신 딸기우유 팩 안에는 담배꽁초가 그득했다. 연록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파랑를 바라보다가 이불 위에 무릎 끓고 앉으며 그녀의 머리를 문질문질 쓰다듬었다.
 "대충은. 혼자 이불 안에서 따뜻하게 보냈지?"
 "일이랑 바람피운 사람한테 그런 말 듣고싶지 않네요."
 "그 일이 성공해서 돈 좀 들어오면 바람 더 피우라고 등 떠밀 거면서 ."
 연록은 몹쓸 소리를 하면서 파랑이 들어가 있는 이불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녀가 오래도록 누워 있었던 탓인지 정말로 따뜻했다. 파랑의 긴 속눈썹과 가슴을 설레게 하는 두 눈동자를 보며 연록은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흠입했던 딸기와 니코틴의 잔향이 그의 혓바닥으로 전해졌다. 연록은 온 몸이 행복감으로 늘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어머, 어머. 이 저질."
 "그래. 알아차리는 게 늦군!"
 "병신...... 하지만 멋있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상진은 이른 저녁, 집을 나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길가의 쓰레기통 옆엔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얼어죽어 있었다. 겨울이 불러온 잿빛의 하늘은 거리에 하얀 가루눈을 흩어놓고, 그 아름다움 대신에 조그만 동물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상진은 감흥 없이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당겼다. 약속 시간은 이십 분 후, 늦을 것 같으니 걸음을 좀 더 빨리 할까.
 쟌느는 남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천천히 집을 나섰다. 길가의 쓰레기통 옆엔 조그만 커피 캔이 차바퀴에 우그러져 있었다. 짓이겨진 조그만 고철 위에도 어느덧 소복한 가루눈이 쌓여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눈이 녹아 버리면 저 커피 캔은 좀더 불쌍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도로 위에서 고독한 시위를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쟌느는 감흥 없이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당겼다. 하얀 연기가 그녀의 눈을 피해 검은 반테 안경 사이로 미끄러져내렸다. 약속 시간은 이십 분 후, 늦을 것 같으니 걸음을 좀 더 빨리 할까.
 "I wish you merry cristmas. I wish you merry cristmas. I wish you......"
 "I wish you merry cristmas. I wish you merry cristmas. I wish you......"
 집을 떠난 지 이십 분 후, 캐롤송의 같은 부분을 흥얼거리며 길을 걷던 두 남녀가 가게 앞에서 마주쳤다. 하루 만의 재회였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그 동안의 그리움과, 커진 사랑 같은 감정의 단편들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이어진 가벼운 포옹.
 그들에게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수정은 좁은 자취방 안을 크리스마스 장식과 각종 전구들을 이용해 화려하게 꾸몄다. 기민한 손놀림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볼트 하나하나, 작은 전구 하나하나가 모여 행복한 빛을 내렸다. 아직은 이른 저녁, 수정의 자취방 안은 행복에 이르는 빛으로 물들어갔다. 
 희주는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남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녀의 손에는 직접 만든 생크림 케이크가 선물 상자마냥 아담한 사이즈로 들려 있었다. 그녀는 모양이 흐트러질까 작은 박스를 조심조심 옆구리에 끼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아파트의 좁은 창문 사이로 비오듯 질척질척 내리던 가루눈들이 함박눈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힐 소리가 또각또각 복도 안을 울렸다. 왜인지 엘리베이터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녀의 작은 행복과 더불어 간직된 기대감 때문일까? 그런 작은 기대감이 그 꼬리를 양탄자처럼 길게 늘어뜨릴 무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Ven hacia mi, descubre el amor

 Ven hacia mi, siente mi pasion

 Tu, ven hacia mi como el escorpion

 Que endulza con su herida

 Hay besos de mi que nadie robo

 Hay versos en mi que nadie escucho

 Tu, ven hacia mi con el corazon

 Que en mi se clavaria

 No mires atras ningun dia

 Atrevete a dar corazon

 I love you, mi vida

 I love you, My Life
 엘리베이터 바닥에 눈을 바탕으로 찍힌 사람들의 까만 발자국들 위로 작게 프린팅된 예쁜 용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캐롤 장식으로 꾸며진 용지 위에는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함께 들었던 구 스페인의 노래가 프린팅되어 있었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노래 가사를 음미했다.

 내게로 와 줘. 사랑을 발견해 봐.
 
내게로 와. 나의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너, 전갈처럼 내게로 와 줘. 
 
상처를 달콤하게 만들어 버리는.

 내게는 아무도 훔치지 못한 입맞춤이 있어.
 
내게는 아무도 듣지 못한 노래가 있어.
 
너, 내게로 와 줘. 진심으로.
 
내게 못처럼 박혀버릴 테니까.

 언제든 뒤를 돌아 보지 말아줘.
 
마음을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봐.

 너를 사랑해. 나의 연인이여.

 사랑해. 나의 삶과 같은 이여.
 그녀는 진심으로 기쁨을 느꼈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그의 찬란한 사랑이 그녀의 온 몸을 녹여 버리는 것 같았다. 티끌 같은 잡념 하나 없는 순수한 사랑의 기쁨, 모든 것을 맡겨버릴 수 있는 편안한 감각이 그녀를 들뜨게 했다. 그녀는 걸음을 서둘렀다. 새하얀 함박눈이 그녀의 부드러운 물결처럼 출렁이는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았다. 오늘은 그야말로.......
 거룩한 밤. 고요한 밤.

 경민은 그가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오늘은 12월 25일. 모든 연인들에게 축복이, 태어난 새 생명에게는 거룩한 빛이 깃드는 날이다. 그런 감격스러운 날에 그는 구질구질한 기분으로 게임 리뷰를 천천히 읽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불러내고 싶은 그녀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그들 사이에는 요원한 일이었다. 바깥엔 하얀 눈발이 날리고 강아지들의 들뜬 짖음이 오늘만큼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에게도 아직 희망의 빛은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소극적이지만 간절한 바램으로 그는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축하 문자를 보낼 마음으로 기판을 두드렸다. 
 .......
 하지만 기판을 작성하던 그의 손이 문득 멈췄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도착한 문자가 그의 문자 작성을 방해했던 것이다. 한 꺼풀 식은 열정과 조금 줄어든 희망을 느끼며 그는 온 문자를 확인했다. 친구들 모두에겐 그들에게 맞는 애인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그런데 어떤 문자가 온 것일까. 약간이지만 타오르는 오기를 발팜 삼아, 그는 크리스마스 문자를 꼭 보내기로 다짐하고 핸드폰의 사각 액정에 떨리는 시선을 고정했다.
 [경민아. 뭐해?]
 경민은 그 순간, 일종의 두려운 감정까지 가질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행복, 이 축복받은 날에 내린 모든 행복을 그가 휩쓸어 버려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서. 그는 기쁜 감정에 자꾸 꼬이는 손가락을 느끼면서도 문자를 빠르게 완성하고 OK버튼을 눌렀다.
 [그냥 있어 -ㅠ-/]
 [심심하다.]
 [나도.]
 [ㅇㅇ...]
 경민은 그녀의 힘없는 문자에 어찌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이래저래 잡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의 머릿속엔 그녀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는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에 매우 소극적인 성격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함을 추구하는 새로운 길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떼어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에게 주어진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애써 잡생각을 물리친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자를 작성했다.
 [우리 만날까?]
 [그럴까? ㅇㅅㅇ]
 약간의 후회감, 그리고 두려움. 하지만 더 이상 이 미묘한 감정을 후회를 동반한 채 그의 마음에 남겨둘 순 없었다. 그는 통화를 시도했다. 잠깐의 통화연결음, 반가운 목소리와 이상하게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에 짧은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씻고 옷 차려입고 바깥을 향해 걸어 나가는 일 뿐.
 모두에게 즐거운 나날과 앞으로의 축복이 약속되기를!

 오늘은 크리스마스, 연인들의 전야제이자 파티날이다! 


 
  
 

by Eibon | 2008/12/25 23:24 | 트랙백 | 덧글(1)

카라멜단센(한글음성가사)-자체제작





븨안드랄랄니리도 앗바라메드
알-마나 업누스카 닢훠세
코미겐
벰 솜 헤이스트 칸 바라메드

소르으 포 에라 프털(프털)
우 아아 아
오 빅카 에라 흪텰(프털)
우랄랄랄
욜 솜 븨
틸 데나 메ㄹ로디

[우아우 아 아아]

단사 믿 오스
클라파 이라 헨델
욜 솜 비 욜 타
노라 스테그-ㅌ 벤스텔
리스나 오랄
미사 인티 콴센
느-ㄹ 알비알
미드 카라멜 단센

우 우 우아우아
우 우 우아우아-아앗
우 우 우아우아
우 우 우아우아-ㅅㅇ

ㄷ블리르 안 센센 브럴-레레 아 프러쉬텋스
픗페코메 아ㄹ라 앗 쉬파-ㄹ로스
코미겐
느 타 븨 스티겐 오-미겐

[우아우 아 아아]

소르으 포 에라 프털(프털)
우 아아 아
오 빅카 에라 흪텰(프털)
우랄랄랄
욜 솜 븨
틸 데나 메ㄹ로디

소 콤 오-ㅅ###
단사 믿 오스
클라파 이라 헨델
욜 솜 비 욜 타
노라 스테그-ㅌ 벤스텔
리스나 오랄
미사 인티 콴센
느-ㄹ 알비알
미드 카라멜 단센

욜 솜비 오스
캬파미라 핸델
욜 솜비 욜 타
노라 스테그-ㅌ 벤스텔
리스나 오랄
미사 인티 콴센
느-ㄹ 알비알
미드 캬-라멜 단센

웃 웃 우아우아
웃 웃 우아우아-아앗
웃 웃 우아우아
웃 웃 우아우아-아아앗

욜 솜비 오스
캬파미라 핸델
욜 솜비 욜 타
노라 스테그-ㅌ 벤스텔
리스나 오랄
미사 인티 콴센
느-ㄹ 알비알
미드 캬-라멜 단센

욜 솜비 오스
캬파미라 핸델
욜 솜비 욜 타
노라 스테그-ㅌ 벤스텔
리스나 오랄
미사 인티 콴센
느-ㄹ 알비알
미드 캬-라멜 단센

by Eibon | 2008/02/27 16:20 | 돼지 멱을 따다 | 트랙백 | 덧글(2)

아세트산은 물 속에서 숨도 쉰다규

아세린 19
오빠와 그렇고 그런 관계다.
육체적인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 거인에 필적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능력은 전무, 전투 훈련을 받은 적조차 없다.
이쁘다. 하지만 아화보다 안 이쁜 게 콤플렉스다.
현재 그녀에게 상당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하이테크 에반젤(hightech evangel)의 총회장, 헤이렌(黑蓮)에게 쫒기는 몸이다.
흰 머리에 검은색 브릿지 약간 섞임. 롱헤어
키는 167
눈물점이 있다.
눈은 보라색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

by Eibon | 2008/02/23 14:25 | 그리고 설정 | 트랙백 | 덧글(1)

ㅇㅇ


 침낭 속에 웅크린 그의 귓가에 노래가 들린다. 빗바람과 파도 소리에 섞인 비통한 울음과, 죽음이 지나간 직후 어두워진 대지에 드리운 그림자가 섞여 바닷가 근처의 둥그런 돌들을 조각내었다. 부서진 돌 파편이 낡은 오두막 지붕에 한가득 떨어져내린다.
 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몸은 한층 더 두려움에 떨리고, 공포가 흠뻑 배인 공기가 바깥을 향해 조용히 흘러나갔다. 먹이를 찾아 해매는 짐승에게 공포의 향은 또한 각별하다. 새빨간 혀를 할짝이며 끝없이 몰려들 것이다. 허술한 물푸레나무 문짝은 몇십 초 내로 부서질 것이고, 그의 목숨은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의 사그러져 가는 불빛과 같다.
 사태를 변화시킬 방법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할 수도, 생각하려 노력하기조차 불가능했다. 끝없는 공포와 절망에 둘러싸여 허기진 정신은 이미 가늘게 떨리는 맥박을 유지하기조차 힘겨웠다.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맥없이 짐승의 밥이 된다고 생각해도 평소의 그에겐 커다란 공포로 다가오지 않았을 그런 감각이 인간의 육성...... 희생자들의 절규로 된 영송(靈誦)이 되어 맥동하며 귓가에 흐르자 앞으로 펼쳐질 관경이 눈에 잡힐 듯 보이며 알아차려 버린 미래의 공포가 혈관을 타고 불거졌다.
 "「..........」!" 
 믿을 수 없이 깨끗한 외침이 눅진한 공기를 깨뜨리며 멀리 퍼졌다. 살아 있는 인간의 더없이 고귀한 생명, 추악한 생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깃드는 성스러운 생명도, 끈적한 짐승의 위장 속을 타고 흘러내려 그 성질이 변성될 때는 마지막 비명을 지르곤 한다. 그 비명은,  침울한 병실의 죽어버린 환자의 마지막 링거액(液)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투신한 인간의 두개골이 바닥에 닿아 덧없이 허물어지는 소리, 암으로 썩어 버린 거무죽죽한 폐포가 호흡에 눌려 터지는 소리이다.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예시가 하나의 까만 점에 밀려 터지는 소리가 낡은 오두막 속에서 뭉그러졌다.
 짐승의 위장에서 소화된 생명은 그 짐승의 생명이 된다. 그러나 공포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짐승, 각진 비탈의 동굴 속과 깊은 바다의 끝없는 산호그늘 속에서만 그 생명이라 부르기도 끔찍한 이단을 지니고 있는 짐승은 흔한 것이 아니다.
 피처럼 새빨간 혀와 뭉그러진 가죽을 지니고, 한 마리이며 무한한 머릿수를 가진 그 짐승의 이름은 '타르그'.
 뱃속에 끝없이 들어찬 악덕과, 잔뜩 짓무른 기포가 터지고, 고열에 동자가 익어버려 걸쭉한 액체를 흘리는 눈을 지닌, 바깥 세상의 짐승이다. 육즙이 흘러내리는 육괴와 반쯤 잘린 정강이뼈 사이로 흐르는 허연 액체를 탐욕스레 들이키고, 몸 속에서 영혼을 붙잡는 주름투성이 일곱 손가락이 변성된 그의 영혼을 부여잡았다.
 괴물의 몸 속에서 영혼은 주먹만한 타르 덩어리이다. 넷째 손가락인 중지를 깊숙이 찔러넣었다 빼면 영혼의 고막이 터지고 피가 흘러나온다. 넘치는 피는 펼친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않는다. 피가 빠진 영혼은 가운데가 텅 빈 원 모양이 되는데, 이 가운데를 짐승의 촉수가 관통한다. 그리고 짐승의 몸 안에서 흐르는 부정한 것을 흐르게 한다.
 이리하여 인간의 영혼은 타르그의 세포가 되는 것이다.

by Eibon | 2008/01/05 22:44 | 소설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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